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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적도문학상 성인부 수필부문 전현진 / 최우수상: 인니한국대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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놋그릇 원앙에 내리는 비 / 전현진 기도 시간을 알리는 확성기 소리에 뒤척이던 몸을 일으켰다. 지난밤, 다래끼 난 눈이 껄끄러워 잠을 통 못 잤다. 며칠간의 이삿짐 정리로 몸은 물 먹은 솜뭉치 같은데, 요란한 빗소리가 이불까지 파고들어 기어이 잠을 내쫓았다. 비는 나만 괴롭히는 게 아닌지, 어느 차에선가는 경고음이 소스라치게 울어댔다. 낯선 타국의 비 오는 밤은 내 마음을 흔들어 불안과 두려움, 겁남과 걱정을 끄집어냈다. 남편의 발령은 갑작스러웠고, 발령지는 낯설었으며, 코로나 사태로 입국 절차마저 까다로웠다. 한국의 살림살이를 정리하고, 이삿짐을 바닷길로 먼저 보내고, 강화된 비자 심사로 추가된 서류를 연이어 제출하는 중에도, 이곳에 건너온 후에도, 피로는 가실 줄 몰랐다. 반나절 만에 한겨울에서 한여름이 되어선지, 그간의 긴장이 풀려서인지, 아니면 여행이 아니라는 것 때문인지 마음은 이리저리 널을 뛰었다. 피곤한데 잠은 못 자고 속도 시끄러운데, 그러거나 말거나 아랑곳없이 떠들어대는 빗소리가 얄미웠다. 나의 아침은 게으름뱅이처럼 더디게 왔다. 몸을 일으킨 김에 부엌으로 나와보니, 쁨반뚜가 설거지해둔 그릇들의 물기가 다 말라 있었다. 건조된 그릇들을 찬장에 넣다가 수저통에 섞여 있는 그녀의 숟가락에서 손이 멈췄다. 실수로 한 데 놓인 것 같긴 한데 어쩐지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한국 숟가락보다 길이가 짧고 얇아서 무딘 칼날 같은 그녀의 숟가락은 낡고 값싸 보였다. 나는 슬그머니 저쪽으로 숟가락을 밀어놓았다. 다시 찬장을 정리하는데 이번에는 얼룩덜룩해진 놋그릇 수저받침대에서 눈이 멈췄다. 언제 이렇게 색을 잃었을까? 이삿짐에 섞여 긴 바닷길을 거쳐 오는 동안 바래진 것인지, 한국에서부터 바랬었던 것인지 모를 놋그릇 원앙 두 마리가 빛을 잃고 포개져 있다. 순간, 그 위에 내가 겹쳐졌다. 나는 여기 오느라 지친 것일까, 이전부터 녹슬고 있던 것일까.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이렇게 눈물이 나는 것은 분명 다래끼 때문이리라. 내가 이렇게 울 리가 없다. 원앙을 방울방울 다 적신 후에야 번쩍 정신이 들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서랍장 안쪽에서 놋그릇 수세미를 꺼내어 결을 따라 문지르기 시작했다. 시꺼멓게 떨어지는 가루 속에서 뽀얀 금빛이 올라왔다. 그 자태가 반가워 팔 아픈 줄 모르고 계속 닦고 또 닦았다. 드디어 제 모습을 찾고 색을 뽐내었다 …(이하 원문 참조)

출처 · www.indoweb.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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